벽에 걸린 그림 두 점을 마주 보면 작품 자체보다 사이 여백이 먼저 남을 때가 있습니다. 화면이 서로 붙어 있지 않고 충분히 떨어져 있을수록, 한 점씩 따로 보는 리듬이 생기고 벽면도 더 또렷하게 보였습니다. 작품을 오래 보게 만든 건 그림보다 그 사이에 남은 거리감이었습니다.
두 작품 사이가 넓을수록 시선이 덜 엉켰습니다
한쪽 화면이 넓게 펼쳐져 있어도 옆 작품과 너무 가까우면 경계가 흐려집니다. 반대로 사이가 충분히 비어 있으면 어느 지점에서 시선을 멈춰야 하는지가 분명해지고, 각 화면의 톤도 더 선명하게 남았습니다.
여백이 넓으면 벽면 자체도 한 부분처럼 보였습니다
작품 사이 간격이 넓으면 벽면 자체가 그냥 빈 공간이 아니라 화면을 받쳐 주는 한 부분처럼 보입니다. 그래서 그림을 보는 속도도 조금 느려지고, 한 점씩 따로 기억되는 힘이 더 커졌습니다.